오늘은 정말 기분좋은 날이다. 필리핀 여행을 앞두고 여자친구가 준비해 온 페소를 건네주는데, 그 순간 나는 마치 엄청난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두툼한 봉투 안에는 천페소, 500페소의 소량의 지폐와, 100페소, 50페소, 20페소짜리 소액 지폐들로 가득했다. 필리핀에서는 작은 단위의 지폐 사용 빈도가 높아서 소액권을 많이 준비하는 게 여행에 훨씬 편리하다는 여자친구의 조언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이렇게 많은 소액 지폐 돈 다발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봉투가 너무 두꺼워서 묵직한 무게감까지 느껴졌다. 마치 나는 필리핀 페소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흔히 여행을 준비할 때 고액권을 선호하기 마련인데,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수십 장의 지폐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풍성함을 느끼게 했다. 지폐 한 장 한 장에는 필리핀의 풍경과 인물들이 담겨 있었고, 나는 마치 그 그림들을 통해 미리 필리핀을 여행하는 듯한 설렘에 휩싸였다.
여자친구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이번 필리핀 여행은 시작부터 순조로울 것 같다. 현지에서 잔돈 때문에 곤란을 겪을 일도 없을 테고, 작은 노점상이나 트라이시클을 이용할 때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랩이나 트라이시클 비용을 천페소나 500페소의 고액 지폐로 계산할 경우, 드라이버가 잔돈이 없다고 나오는 경우를 생각보다 쉽게 접하게 된다. 이럴때 필리핀 페소 소액 지폐는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물론 거슬러 받을 잔돈이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랩이나 트라이시클 기사가 잔돈 지급을 거부할 경우,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벌써부터 길거리에서 시원한 망고 주스를 사 마시거나, 트라이시클을 타고 거리를 누비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물론 큰 돈은 아니지만, 두터운 필리핀 돈 뭉치를 가지게 되니, 큰 행복감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니 신기하다. 아마도 돈의 액수보다는 그 속에 담긴 여자친구의 마음과, 앞으로 펼쳐질 즐거운 여행에 대한 설렘이 나를 더욱 부자로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어서 빨리 필리핀으로 떠나 이 두툼한 소액 지폐들을 신나게 써보고 싶다. 이번 여행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할 것 같다.